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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이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사용했다.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이라고도 한다. 슈링크(shrink)는 '줄어들다'라는 뜻으로 기업들이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크기 및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추어 가격의 인상 효과를 거두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콜릿 바의 크기를 작게 하거나, 휴지의 장수를 줄이거나, 세제의 농도를 낮추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조업체는 원가의 증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이익을 유지하려고 한다.



기업들은 가끔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저항을 낮추려고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기보다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구사한다. 물가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때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기보다 내용물을 축소시켜 생산 비용을 낮춘다. 가격이 같더라도 양이나 중량이 줄어 제품의 가격이 인상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결국 가격 상승을 유발한 것이므로 숨겨진 인플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화폐 환상(money illus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는데, 화폐의 실질가치가 아닌 액면상의 명목가치에 집착하는 성향을 말한다. 소비자는 제품의 양이 달라지는 것보다 가격에 더 민감하다. 사람들은 물가 상승으로 임금이 오르면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 잘못 생각한다. 실질소득이 증가한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기업이 제품에 대한 포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가격을 올릴 것인지 내릴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기업의 기본적 자유이다. 만약 기업이 포장지에 표시한 중량과 다른 중량의 내용물을 팔고 있다면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내용물에 대한 정보가 정확한 이상 이를 기만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기업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소비자가 가격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기만적 행위는 바로 들통이 나는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소비자는 같은 가격에 더 적은 양이나 낮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게 되므로 구매력이 감소한다. 또한, 통계적으로 잡히지 않을 수 있어서 실제 물가 상승률보다 낮게 반영되며, 소비자의 인식과 현실의 괴리를 야기한다. 이는 소비자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저하시키고,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